휘둘리지 말고 너 자신으로 살아라

휘둘리지 말고 너 자신으로 살아라   - 엄상익변호사 -

이천이십오년 한 여름밤의 해변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뜨겁습니다.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허공에 파문을 일으킵니다.바닷가에 설치된 무대 위에서 사회자가 청중 중의 몇 명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렸습니다.춤추고 노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 것 같았습니다.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온 여성에게 말했습니다.

 

"누구신지 자기소개를 해 주시죠." "열 아홉 살이구요.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면 바쁠 텐데 이렇게 놀아도 되요?" 사회자는 놀란 어조였습니다.

"괜찮아요.저는 대학에 가지 않고 사회에 나가서 맛있는 빵을 만들 겁니다.제빵사가 제 희망입니다.

 

자신으로살아가기

 

 

그 소녀는 무대위에서 활기차게 노래하고 춤췄습니다.그 시각 비슷한 나이의 내 손녀는 뭘하나 생각했습니다.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고 딸이 전화로 알려주었습니다.학원과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는 손녀가 안타까웠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대부분 의대를 지망하는 시대풍조입니다.늙은 나는 수시로 의원을 찾습니다.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의사가 바쁩니다.진료실의 분위기는 무채색같이 덤덤합니다.과연 그게 아이들이 희망하는 삶일까요.돈 때문일까.

 

휘둘리지말고너자신으로살아라

 

 

전문직이라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돈은 성격속에서 만나 하늘에서 내려와도 각자 만나 같이 하늘에서 내려와도 각자가 취할 분량이 있다는 생각입니다.넘치면 썩습니다.무대 위의 고등학교 여학생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니까 한  가수가 머릿속에서 떠오릅니다.

 

오래전입니다.내가 아는 부부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때문에 속을 썩고 있었습니다.공부는 하지 않고 머리는 노랗게 물들인 채 춤추고 노래한다고 했습니다.그 아이는 춤과 노래가 좋은 것 같았습니다. 나보고 노래 하나를 반복해서 천번 부른다고 했습니다.

 

하룻밤에 운동화 한 켤레가 닳아지도록 춤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그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 안되어  스타가 됐습니다.그 아이의 노래가 담긴 CD가 나올 때마다 백만장 이상이 판매됐습니다.아이는 식당을 하는 아버지에게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선물했습니다.

 

꿈꾸는삶의이야기

 

 

나는 그 아이의 고통스런 이면도 봤습니다.그 아이는 기획사의 노예였습니다.짜투리 시간 김밥 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하룻밤에 여섯 군데의 나이트클럽 무대를 강행군 했습니다.방송 출연에 늦지 않기 위해 간신히 방송국에 도착하면 욕을 먹고 따귀를 얻어맞기도 했습니다.일찍 인기 얻었다고 건방 떤다는 오해 때문이었습니다.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무대 위의 아이는 빵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습니다.그 세계는 어떨까.'앙꼬'를 잘 만드는 친구가 있습니다.공부에는 흥미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그는 일본에 가서 '앙꼬'만드는 장인의 제자가 됐습니다.그는 칠십이 넘은 지금도 밤이 되면 팥을 깨끗한 물에 삶고 끓는 솥 옆에서 밤을 지샙니다.

 

그가 만든 '모찌'와 '팥빵은  맛있습니다.작은 빵집으로 시작했던 그는 서울 근교의 오천평 땅에 거대한 빵집을 만들었습니다.지금 나이에도 유니폼을 입은 그는 고객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합니다.그는 아직도 부지런합니다.

 

한방향바라보며뛰기

 

 

얼마 전 빵집 정원의 나뭇가지 치기 위해 스카이차의 기중기를 타고 올라갔다가 떨어져 기절하기도 했습니다.

피자 화덕 점검하려고 머리를 들이 밀었다가 머리털이 다 탔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는 일등 빵쟁이입니다.사회 각 분야마다 일등이 따로 있습니다.

 

내가 아는 가수가 된 아이는 어느덧 중년이 되어 제주도에서 평안한 생활하고 있습니다.넉넉한 저작권료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그는 일등 가수입니다.내가 칠십년 넘게 살아보고 깨달은 것은 인생을 한 방향으로만 뛰면 한명이 일등입니다.삼백육십도 원 방향으로 뛰면 모두가 일등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 살아본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녀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세상의 흐름에도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너 자신으로 살다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진정한 홀로서기란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남김없이 충실히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