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족이 함께 있다면 그건 행복입니다.
보고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다면 그건 건강함입니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고 가슴 속에 묻어둔 그리움은 한 줄기
연기처럼 새록새록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기진 산기슭
움푹 파인 언덕 위 요양병원엔
지나쳐온 삶의 뒤안길을 안고
외로움과 고독은
그들의 약봉지와 같이
절절하게 늘어만 가고 있을 때
춥다고 소리치던 아침은 가고
겨울빛 햇살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할머니 할아버님들이 힘들거나 아플때
곁에서 돌봐줄 새로 온 의사 차돌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이 험한 세상에 차돌같이 단단하게 살아가라고
이름을 이렇게 지어주셨습니다.
아들같이 생각하시고
편하게 차돌 선생이라 불러주세요"
저녁놀이 쓰러진 자리에
지난날
희비와 애환을 그림자처럼 끌고 다니며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는 사람들 틈으로
말없이 병실에 앉아
손때 묻은 낡고 헤어진 아들 사진만
이리저리 매만지고 계신 울보 할머니에게 다가간
차돌 선생은
"할머니 같이 어울려 노시지 않고요?"
행복한 기억도
세월 속에 묻어두면 눈물이 되는 걸까
"저 할머닌 늘 저 아들 사진만 들고
울었다 웃었다만 한다오"
이제는 사랑조차
다 퍼내어 버린 엄마의 모습 뒤로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은 뭘 하고 사는지...
한마디 말 조차 잊은 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어디쯤인가 오고 있을
아침을 기다리듯 그렇게 말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차마 넘기기 싫은 계절이 저물어
갈 무렵
"김이순 할머니
작은 아들한테 편지가 왔네요"
"오봉팔 할아버지는 미국에 있는 손녀한테 큰 소포가 왔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으로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들과 손자 손녀들의
편지나 선물들이 나누어질 때도
그 흔한 안부조차 묻고 가는 이가 없었기에
혼자서 황망한 가슴에 쓰러져 우는 마음을 달래고는
슬며시 뒷짐 지고 걸어가는 걸음 마다.
허탈함도 그림자 되어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울보 할머니에게도 편지가 도착했다며
차돌 선생이 반가운 듯 뛰어
들어와서는
"할머니,
아드님 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편지를 차마 열어보지 못한 채
가슴에 꼭 품고는
일생을 물처럼 살아오셨는지
눈물만 흘리고 있는 울고 있는
할머니에게
"뭐라 적었는지 싸게 읽어보더라고..."
자식 사랑은
엄마가 가진 제일 강한 그리움
이었을까요
한참을 말없이 읽어가던 할머니는
눈가에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이
그렇게 한참을 눈물짓다
그 편지를 꼭 가슴에 품어 안은 채
눈물 어린 두 눈을 감고서 잠들어
있는 걸 보니
엄마의 가슴은
참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나 봅니다
하늘엔
무더기로 뜬 별 사이로 내리는 눈도
시를 쓰는 걸까
기다린다는 말을 허공에서 전해 들었는지
아들에게서 한 통의 편지와 작은 상자가 또 도착
하였습니다.
조심스레 풀어본 상자 안에는
회색빛 포근한 목도리가
함께 들어 있었는데요
칠순이 한나절 같다며 투덜대는
경상도 할머닌
"이제 아들이 철들었나 보네
수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거라도 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세상이야"며
다들 한마디씩
설움을 풀어놓고 있을 때
불러도 불러도
달아나는 아지랑이가 될까봐
목도리를 목에 꼭 두르고만 있는
울보 할머니의 모습에
"할머니,따뜻하세요?"
묻는 차돌 선생 말에
곱게 다린 햇살 한 줌을 무릎에 앉히고
고개만 끄덕이며 아들의 온기를 느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들은 한 번도 찾아온 적은 없었지만
단비 같은 64번의 편지와
작은 마음의 선물들을 보내어 왔고
울보 할머니는 아들에게 온 편지를
머리맡 조그만 상자에 넣어놓고는
해가 뜨면 읽어보고
해가 지면
흘린 눈물과 함께
넣어두고 있었습니다.
가면 다시 오지 못할
북망산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말이죠
"차돌 선생,내 아들 해줘서 행복하고 가슴 따뜻했다오"
이십 년 전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들을
이젠 만날 수 있게 되었구려"라며
우리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다는 말을 남긴 채
울보 할머니는 새벽녘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름 없는 별똥 별 따라
손에 편지 한 장을 꼭 쥔 채
하늘나라로
다시 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고 계셨습니다
하얀 미소를 머금은 채
아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가신
울보 할머니를 보내고 돌아오는 하늘엔
엄마 잃은 잔별들이 바람에 스며들어
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차돌 선생은
"우리는 모두
가족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라며
오직 자식을 위해
하루를 버텨온 어머니를 떠올리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엄마라는 번호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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